[어게인뉴스=김혜경 기자] 보건복지부가 한국농아인협회의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 다수의 부적절한 사례를 확인하고 수사 의뢰와 함께 국고 지원 보류 조치를 내렸다. 장애인 권익을 위해 설립된 단체에서 예산 집행과 조직 운영 과정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장애인단체의 투명성 관리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복지부는 한국농아인협회에 대한 특정감사와 중앙수어통역센터 위탁사업 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23건의 부적절한 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협회 관련 사항이 17건, 중앙수어통역센터 관련 사항이 6건이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기관경고와 시정, 통보 등 총 49건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감사 과정에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제기된 일부 사안은 수사기관에 넘겨졌다. 복지부는 협회가 장애인 체육행사 등에서 수어통역사의 참여를 제한하도록 지시한 사례와 협회 예산으로 고위 간부에게 약 3000만 원 상당의 고가 선물을 제공한 정황, 그리고 세계농아인대회 관련 예산 집행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확인하고 관련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는 협회의 운영 구조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협회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일부 이사에게 소집 통보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회의가 진행되는 등 절차적 하자가 확인됐다. 또한 2024년 1월 9일과 1월 29일 개최된 이사회는 무효로 판단된 선거관리 규정에 따라 선출된 이사들이 참석해 의결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 협회 간부들, 태국 치앙마이 여행에 세계농아인협회 운영 예비비 사용
예산 사용과 관련된 문제도 드러났다. 협회 간부들은 2023년 10월부터 11월까지 태국 치앙마이 여행을 진행하면서 세계농아인협회 운영을 위해 마련된 예비비를 사용했다. 그러나 해당 일정은 장애인 단체와의 교류 활동 없이 관광 중심으로 진행돼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직책보조비 지급 규정 위반도 확인됐다. 협회는 내부 규정상 월 150만 원으로 정해진 직책보조비를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월 300만 원으로 인상해 지급했으며, 지급 대상이 아닌 중앙수어통역센터장에게도 별도의 직책보조비를 지급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총 4300만 원의 초과 지급액 환수를 요구했다.
이 밖에도 성 비위 의혹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간부가 업무배제 기간 동안 21건의 전자문서를 결재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산하 지역협회에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한 기준 없이 일부 금액을 공제하거나 지급을 보류한 사례가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고려해 2026년 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국고보조금 약 3억 원 지급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향후 지원 재개 여부는 수사 결과와 감사 처분 이행 여부, 협회의 조직 개선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수어통역센터 운영 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 206개 수어통역센터가 특정 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센터 설치·운영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확대하고, 센터장 채용과 회계 관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감독 권한을 강화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협회가 감사 처분을 이행하지 않거나 개선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수어통역센터 위탁 계약의 조기 종료나 협회 설립허가 취소까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장애인단체가 법과 규정을 위반하거나 운영의 투명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와 장애인 권익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