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김린아 기자]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환수한 국세청의 성과가 조세회피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징수 실적을 넘어, 국가 간 공조를 통한 '글로벌 추적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급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국제공조를 통해 총 339억 원의 체납세금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2025년 7월) 이후 약 9개월간의 성과로, 과거 10년간(2015년 이후) 누적 징수공조 실적(372억 원)의 대부분을 단기간에 달성한 수준이다.
특히 현재도 해외 과세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수십 건의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이며, 향후 수백억 원 규모 추가 징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경 넘어선 추적"…조세회피 구조 흔든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정보교환'과 '징수공조'라는 두 축이다. 국세청은 현재 119개 국가와 금융정보 자동교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163개 국가와는 개별 사안에 대한 정보교환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해외 금융계좌, 부동산, 법인 지분 등 은닉 자산의 실체를 파악하고, 해당 국가 과세당국에 강제징수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해외에 거주하며 세금 납부를 거부하던 외국인 자산가는 징수공조 개시 이후 본국 재산을 처분해 자진 납부에 나섰고, 해외로 이적한 프로선수 역시 금융계좌 추적 이후 대리인을 통해 체납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여러 국가에 재산을 분산시킨 외국인 사업가가 제3국 금융계좌 추적을 통해 결국 체납세금을 납부하는 등, 국가 간 공조가 실질적인 압박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를 단순한 징수 실적 이상의 '구조 변화'로 평가한다. 한 조세정책 전문가는 "과거에는 해외 재산을 찾더라도 강제징수가 어려워 실효성이 낮았지만, 이제는 외국 과세당국이 직접 압류·추심을 수행하면서 체납자의 회피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징수공조 과정에서 체납자에게 전달되는 통지와 협의 절차 자체가 강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해 자진 납부를 유도하는 효과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세청 역시 최근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실무협정(MOU)을 체결하며 징수공조의 속도와 강제력을 높이고 있다. 향후 협정 체결 국가가 늘어날수록 글로벌 징수망은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가상자산·해외부동산까지 확대…"추적 사각지대 없다"
앞으로는 추적 범위도 더욱 확대된다. 국세청은 2027년부터 56개국과 가상자산 정보교환, 2030년부터 해외부동산 정보 정기 교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금융계좌 중심의 추적을 넘어, 디지털 자산과 실물 자산까지 전방위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해외 파산 절차에 직접 참여해 채권자로서 권리를 확보하는 등, 과거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까지 도입되면서 징수 방식 역시 고도화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가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징수한다는 원칙 아래 국제공조 체계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며 "조세정의 확립과 공정한 납세 환경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세금 환수를 넘어, '해외로 도피하면 끝'이라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금융·자산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서, 조세당국 역시 국경을 넘는 대응 체계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추적 경쟁'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