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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공급망까지 탄소 관리…스코프3 협약으로 '에너지 안보' 판 바꾼다

기후부·조선 6개사, 3월 25일 대한상의서 스코프3 배출량 산정 협약 체결
EU 탄소규제 본격화 속 공급망 데이터 확보 경쟁…산업 경쟁력 좌우 변수로

[어게인뉴스=박두진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제품 생산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까지 관리하는 체계 구축에 나섰다. 국제 탄소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스코프3' 배출량 관리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업계가 공동 대응에 착수한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선업 주요 6개 사와 함께 '조선업종 온실가스 스코프3 배출량 산정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삼성중공업, 케이조선, 한화오션 등이 참여했다.

 

 

스코프3는 기업의 직접 배출(스코프1), 구매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스코프2)을 넘어 원재료 조달, 물류, 제품 사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의미한다. 특히 조선업처럼 철강·기자재·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얽혀 있는 업종에서는 스코프3 관리가 곧 산업 전체의 탄소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데이터 산정을 넘어,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온실가스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중동 지역 분쟁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에너지 안보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U 규제·공급망 압박…"탄소 데이터가 곧 무역 경쟁력"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국제 규제 환경의 급격한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지속가능성 공시 등 공급망 단위의 탄소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 기업의 배출량 관리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고,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체 가치사슬의 데이터 확보와 신뢰성 있는 관리 체계가 필수 조건으로 떠올랐다.

 

조선업은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 업종이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철강과 기자재, 글로벌 물류망까지 포함하면 배출 구조가 복잡해, 스코프3 관리 역량이 곧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2023년부터 이차전지 업종을 시작으로 반도체(2024년), 디스플레이(2024년) 등 주요 수출 산업에 대해 스코프3 산정 방법론과 배출계수, 사례를 담은 국·영문 안내서를 발간해 왔다. 이어 2025년에는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 안내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6개 조선사는 공급망 특성을 반영한 주요 배출원 분석과 데이터 수준, 산정 방법론을 공동으로 검토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협력해 현장 적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28년까지 에너지, 일반기계 등 주요 수출업종 전반으로 스코프3 배출량 산정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규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낮은 저탄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 스코프3 협력은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럽 발주처를 중심으로 공급망 탄소 데이터 제출 요구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번 협약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향후 수주 경쟁에서 필수 조건을 갖추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스코프3 관리 체계는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데이터와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표준을 만들어가는 이번 시도가 중요한 이유"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