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김혜경 기자] 정부 주도의 대형 R&D 사업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민간 투자와 연계한 '선별형 지원' 구조가 본격화되면서,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갖춘 프로젝트만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심사 방식까지 전면 개편되면서 단순 지원사업을 넘어 '국가대표 프로젝트 선발전' 성격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4월, '생태계혁신형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DCP)' 공모(1월 8일~4월 7일) 결과 최종 5개 프로젝트 선정에 206개 팀이 신청해 4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산업 생태계를 바꿀 '게임체인저' 과제를 발굴하는 대형 R&D 프로젝트로, 민간 투자 30억 원 이상을 유치한 팀에 대해 최대 4년간 200억 원의 정부 R&D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번 공모에는 총 1,183개 기업·연구소가 참여했으며, 분야별로는 제약·바이오 52개(25.2%), 제조·로봇·방산 51개(24.8%), AI·디지털 37개(18.0%) 순으로 신청이 몰렸다. 산업 전반에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열린 평가'·끝장토론 도입…심사 방식도 대수술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평가 방식'이다. 단순 발표 중심에서 벗어나 심층 검증과 국민 참여를 결합한 구조로 전환된다.
우선 심사위원 규모를 기존 5~7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하고, 기술 전문가뿐 아니라 기업 경영·투자 전문가를 포함해 평가의 균형을 강화했다. 여기에 100명 내외로 구성되는 '민간전문가 배심원단'을 별도로 도입해 평가 과정에 참여시키는 '열린 평가' 방식이 처음 적용된다.
또한 제한된 시간 내 발표 중심 심사에서 벗어나, 핵심 쟁점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는 '심층토론형 평가'도 도입된다. 사실상 '끝장토론' 방식으로 프로젝트의 기술성·사업성·시장성까지 다각도로 검증하겠다는 의도다.
선정 절차 역시 단계별로 강화된다. 1차 서면 평가, 2차 대면 평가(열린 평가)를 거쳐 약 8개 팀을 선별한 뒤, 4개월간의 예비연구 단계를 통해 기술 검증과 사업화 가능성을 다시 점검한다. 이후 최종 경쟁을 통해 연내 5개 내외 프로젝트가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R&D 지원을 넘어 '투자형 국가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벤처투자 전문가는 "민간 투자 30억 원 이상을 선행 조건으로 건 것은 시장 검증을 통과한 프로젝트만 지원하겠다는 의미"라며 "정부 R&D가 사실상 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산업정책 전문가는 "열린 평가와 배심원단 도입은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평가 과정이 길어지고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라며 "속도와 공정성 간 균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생태계혁신형 요건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과제는 별도 재기획을 통해 '기술도전형 DCP'로 지원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한성숙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산업 지형 자체를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며 "엄정한 심사를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국가 대표 프로젝트를 선발하고, 열린 평가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도 함께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초대형 R&D 사업이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이번 DCP가 실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