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김린아 기자]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둘러싼 반복적 피해와 갈등 구조에 정부가 전면적인 제도 개편에 나섰다. 낮은 사업 성공률과 정보 비대칭, 시공사·대행사 중심의 불투명 구조로 '희망고문'이라는 비판까지 받아온 시장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수년간 사업 지연과 추가 분담금 부담이 이어지며 조합원 피해가 누적된 상황이어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토지확보 기준 완화, 공사비 검증제 도입, 조합 운영 투명성 강화 등 전방위 개선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이탁 1차관은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직접 피해 사례를 청취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설명했다.
◆알박기·공사비 폭증…현장서 반복된 '구조적 피해'
이번 대책은 단순 제도 손질이 아니라, 실제 사업 현장에서 반복된 문제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표적으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공사나 공동시행자가 토지를 선매입한 뒤 매각을 지연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유리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실제 한 조합에서는 시공사가 토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매도청구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틈을 이용해 계약 협상을 지연시키며 거액의 토지매입비를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사업은 지연되고 조합원 부담은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공사비 분쟁도 대표적인 리스크로 지목된다. 일부 시공사는 초기 계약 단계에서 공정 일부를 제외하거나 자재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낮은 금액을 제시해 선정된 뒤, 설계 변경이나 자재 추가를 이유로 수백억 원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실제 한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약 900억 원이 넘는 추가 공사비가 요구되면서 조합원 갈등이 격화됐다.
조합 내부 운영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조합원 명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총회 의결을 대행사 중심으로 유도하는 등 의사결정 왜곡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조합에서는 비리 의혹이 제기된 조합장을 해임하려 했지만, 명부 비공개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이처럼 토지 확보, 공사 계약, 조합 운영 전반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사업 지연과 추가 분담금 증가, 심지어 사업 무산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사업계획 승인 요건인 토지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낮춰 정상 사업장의 추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동시에 업무대행사 등록제를 도입해 부실 업체 진입을 차단하고,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 시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의무화해 분쟁을 줄일 방침이다.
또한 조합 자금 집행 내역과 회계자료 공개를 의무화하고, 온라인 총회 및 전자의결 도입으로 조합원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한다. 장기간 사업이 정체된 조합에 대해서는 해산 절차를 명확히 하고,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조합은 지자체가 직권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권한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정상 사업은 속도를 높이고, 부실 사업은 조기에 정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토지 확보, 시공사 선정, 조합 운영 권한이 얽힌 복합 구조인 만큼 실제 현장에서 제도가 얼마나 작동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이탁 1차관은 "조합원 피해를 줄이고 사업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내 집 마련이라는 기대가 좌절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