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박주현 기자]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닌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전 단계에 걸친 구조적 부실이 겹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관련 업체들에 대한 영업정지와 형사고발 등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 사고에 대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사고는 공사 중이던 터널이 붕괴되며 상부 도로까지 함몰돼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은 중대 재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터널 핵심 구조물인 중앙기둥의 설계 오류였다. 실제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기둥을 연속 구조처럼 잘못 계산하면서 하중을 약 2.5배 낮게 반영했고, 이로 인해 구조적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사고 구간 내 단층대 존재를 설계와 시공 단계 모두에서 인지하지 못했고, 터널 굴착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막장 관찰'도 일부 생략되거나 부적격 인력이 수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과소 설계된 구조물이 추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며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무너진 안전관리 체계'
이번 사고는 특정 단계의 실수라기보다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에서 안전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설계 단계에서는 중앙기둥 길이를 실제보다 현저히 짧게 반영하는 등 기본적인 구조 검토 오류가 있었음에도 설계 감리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시공 단계에서도 설계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공사가 진행됐고, 설계 변경 과정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다.
특히 시공사는 안전관리계획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터널 굴착 시 매일 실시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과 정기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반 상태 변화에 따른 암반 판정도 수행되지 않았다. 또한 중앙기둥 균열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붕괴 전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은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
공정 관리 역시 부실했다. 설계서에 명시된 시공 순서를 변경하면서도 구조적 안전성 검토 없이 감리 승인만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좌우 터널 굴착 깊이 차이를 기준보다 크게 초과하는 등 기본적인 시공 기준도 준수되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공정에서는 발주자 승인 없이 재하도급이 이뤄지는 등 법 위반 사항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터널 공사 전반의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지반조사 간격을 기존 100m에서 50m 이내로 촘촘히 조정하고, 막장 관찰 인력의 자격을 상향하는 한편, 중앙기둥 설계 시 3차원 구조 해석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관계 법령 위반이 확인된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추진하는 동시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기관과 협력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국내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 필요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반복되는 '부실 설계-형식적 감리-안전 무시 시공' 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과 현장 문화 개선을 동시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