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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정보 규제 확 바꾼다…AI 활용 '위험도 기준' 전환

서류 24종→10종 축소…저위험은 간소 처리 허용
AI 학습·재활용 허용…데이터 활용 장벽 낮춘다

[어게인뉴스=김혜경 기자]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편이 본격화됐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가명정보 제도가 '위험도 기반' 체계로 전면 개편되면서, 데이터 활용 환경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6년 인공지능 전환(AX)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제도 도입 이후 현장에서 제기된 혼선과 비효율 문제를 전면적으로 손질한 것이 핵심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된 데이터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정보주체 동의 없이도 AI 학습 등 과학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현장에서는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절차로 인해 활용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실제 정부가 AI 기업 50개와 공공기관 1,44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험성 판단 기준의 불명확성, 과도한 서류 작성 부담, AI 기술 특성과의 괴리, 대규모 데이터 검수의 현실적 어려움 등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규제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전환

 

이번 개정의 핵심은 위험도 판단 기준의 표준화다. 기존에는 담당자나 기관별로 해석이 달라 동일한 사안도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누가 데이터를 활용하는지'와 '어떤 환경에서 처리되는지'를 기준으로 위험도를 구분한다. 동일 기관 내부 활용은 '저위험', 외부 제공은 통제 수준에 따라 '중위험' 또는 '고위험'으로 나뉜다. 이를 통해 판단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절차 간소화도 눈에 띈다. 기존 24종에 달하던 서류는 10종으로 축소되며, 저위험 사안의 경우 별도의 위원회 심의 없이 담당자 검토만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동일 기관 내 통계 작성 목적의 데이터 활용은 간단한 절차만으로 가능해진다.

 

AI 기술 특성에 맞춘 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사전에 정한 목적과 기간 내에서만 데이터 활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유사 범위 내 확장 목적'을 인정해 동일 데이터를 반복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AI 학습 특성을 고려해 데이터 활용 기간도 보다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 방식 역시 현실화됐다. 영상·이미지·텍스트 등 비정형 데이터의 경우 전수 검수 대신 '표본 검수'를 허용해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데이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데이터 정책 전문가는 "그동안 가명정보 제도는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엄격했지만, 실제 활용 단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했다"며 "위험도 기반 체계는 데이터 활용과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가이드라인 구성도 사용자 중심으로 바뀐다. 일반 이해를 위한 '본권(제도 안내편)'과 실무 적용을 위한 '별권(처리 실무편)'으로 나눠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사례와 Q&A를 보강해 현장 활용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그동안 가명정보 제도는 복잡한 절차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이번 개편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완화와 데이터 활용 확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이 '보호 중심 정책'에서 '활용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