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박주현 기자] 보이지 않는 마약 범죄를 추적하기 위한 정부의 감시 체계가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하수 속 잔류 물질을 분석해 지역별 마약 사용량을 추정하는 '하수 기반 조사'가 정책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월 31일 채규한 마약안전기획관이 청주 하수처리장을 방문해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 현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시료 채취 방식과 조사 과정 전반을 직접 확인하고, 연구진의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이뤄졌다.
하수 기반 마약 조사 방식은 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해 잔류 마약의 종류와 양을 파악하고, 하수 유량과 해당 지역 인구를 반영해 인구 대비 마약 사용량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개별 단속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숨은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활용되는 기법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이 조사가 본격 도입됐다. 현재는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최소 1개 이상, 총 34개 하수처리장을 선정해 조사 범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도록 설계됐다.
◆'보이지 않는 범죄' 추적…정책 대응 정밀화
하수 분석 기반 조사는 기존 단속 중심 대응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실제 마약 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상 적발된 사례만으로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방식은 특정 개인이 아닌 지역 단위의 사용 경향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정책 수립에 필요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마약 확산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보건정책 전문가는 "하수 기반 조사는 특정 지역에서 마약 사용이 증가하는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며 "단속 이전 단계에서 예방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해당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채규한 마약안전기획관은 현장에서 "이 사업은 마약류 사용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며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조사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현장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분석 결과를 마약류 예방 및 단속 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하수라는 일상적 공간을 통해 범죄 흐름을 읽어내는 새로운 감시 방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데이터 기반 마약 대응'이 향후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