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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신뢰 무너진 애경산업·SK케미칼…경영 난제의 그늘

애경산업, '소극적 리더십'이 만든 책임 회피 이미지
SK케미칼, 공동대표 체제의 '책임 공백'

[어게인뉴스=김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애경산업(주)과 SK케미칼(주), 그리고 각 법인의 대표이사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의 확정 판결로 부과된 공표명령을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절차 위반이 아닌, 두 기업의 리더십 부재와 신뢰 상실이 초래한 구조적 경영 실패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공정위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제조·판매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의 허위·과장 표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두 회사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5~6년간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공표 의무가 명시됐지만, SK케미칼은 7개월, 애경산업은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공표문을 게재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연을 "명백한 법 위반"으로 판단해 양사 대표이사들을 함께 고발했다. 결국 법적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한 경영진의 판단이 기업 신뢰를 훼손한 셈이다. 

 

애경산업의 채동석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룹 내 오랜 '조용한 관리자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1990년대 애경산업에 입사해 영업·전략본부를 거쳐 2019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조직 내 리스크 대응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애경은 ESG위원회 신설과 소비자 신뢰 회복을 강조했지만, 정작 법원의 확정 판결조차 늦게 이행하며 '책임경영'의 진정성에 의문을 남겼다. 재무지표 역시 정체 상태다. 애경산업의 2024년 매출은 5,5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7.6% 줄었다. 브랜드 신뢰 하락이 매출 흐름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케미칼은 안재현·김철 공동대표 체제 아래 '그린 케미칼' 중심의 친환경 전환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ESG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기업이 법적 공표의무조차 즉시 이행하지 못한 것은 리더십 일관성 부재의 단면으로 비쳐진다.

 

업계에서는 "공동대표 체제 특유의 의사결정 지연 구조가 리스크 대응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명확한 리더십 축이 부재하다 보니, 위기 대응이 '책임 분산형'으로 흐르며 실행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2024년 SK케미칼의 매출은 2조 2,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2% 줄었다. 주력 사업인 바이오·소재 부문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고발 건까지 더해져 'ESG 리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두 기업 모두 실적보다 더 큰 문제는 리더십 신뢰의 균열이다. 채동석, 안재현, 김철 세 대표 모두 '조직 관리형' 혹은 '전문경영인형' 리더로 분류되지만, 법적·사회적 리스크에 대한 사전 인식과 내부 대응 체계는 부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기업의 윤리 리스크 관리가 CEO의 경영 성적표가 되는 시대적 변곡점"으로 본다. 경영능력은 더 이상 매출이나 투자 성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법과 신뢰를 지키는 리더십의 무게가 기업 가치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공정위의 고발로 두 기업은 형사적 책임 논란뿐 아니라, 대외 평판 리스크·투자자 신뢰 저하·ESG 평가 하락 등 다층적 압박에 직면했다. 결국 경영진이 풀어야 할 숙제는 '위기 이후 리더십'의 재정립이다.

 

법적 절차 이행은 최소한의 의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신뢰를 잃은 리더십이 얼마나 빠르게 복구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리더십 신뢰 상실이 곧 기업 생존의 리스크로 직결되는 시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그 냉혹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