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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Challenge

마취제까지 번진 불법 의약품 시장…44억 원 규모 '텔레그램 유통망' 적발

4년간 1만2155회 판매, 에토미데이트 1600박스 유통…최대 32만 명 투약 가능 규모
대포통장·택배·메신저 동원한 조직적 범행…총책 구속, 유통망 전반 수사 확대

[어게인뉴스=정부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 조직을 적발하며, 온라인 기반 '의약품 암시장'의 실체가 드러났다. 단순 개인 판매를 넘어 조직화된 유통망과 비대면 거래 구조가 결합되면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범죄 양상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당국은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불법으로 유통한 총책 A씨(40대)와 의약품 도매상 대표 B씨 등 총 6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총책 A씨를 구속했다.

 

수사 결과 A씨는 약국이나 도매상 등 합법적 유통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8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4년간 총 12,155회에 걸쳐 약 44억 3천만 원 상당의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판매 대상은 헬스장 트레이너 등으로, 운동 목적의 약물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에토미데이트 유통 규모는 충격적이다. 이들이 불법으로 판매한 물량은 총 1,600박스, 앰플 기준 160,000개(1,600,000㎖)에 달한다. 이는 최대 32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당 약물은 원래 전신마취 유도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으로, 호흡 억제나 의식 소실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어 반드시 의료진의 관리 아래 사용돼야 한다.

 

더욱이 에토미데이트는 2025년 8월 마약류로 지정된 뒤 2026년 2월 13일부터 본격적인 마약류 관리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수입부터 투약, 폐기까지 전 과정이 국가 관리 시스템에 보고되는 의약품이다.

 

◆텔레그램·대포통장…진화하는 의약품 불법 유통

 

이번 사건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불법 의약품 유통의 전형적인 수법을 보여준다. A씨 일당은 해외 서버 기반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주문을 받고, 우체국 택배나 퀵서비스로 전국에 약품을 배송했다.

 

자금 흐름 역시 치밀하게 숨겼다. 판매 대금은 대포통장을 통해 수령했고, 발송인 이름과 주소를 수시로 바꾸며 추적을 피했다. 거래 기록이 남지 않도록 메신저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방식도 활용됐다.

 

이 같은 방식은 최근 마약이나 불법 의약품 거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수사기관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운동 목적의 약물 남용이 불법 유통 시장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경우 근육 증가 효과 때문에 일부에서 오남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간·신장 기능 저하, 호르몬 이상, 피부 괴사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을 비의료인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건강을 담보로 한 위험한 실험과 같다"며 "특히 온라인 유통 약물은 성분과 용량을 신뢰할 수 없어 더 큰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단속 넘어 '유통 구조 차단' 과제로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의약품 유통망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부산지방식약청은 향후에도 전문의약품 불법 판매에 대한 단속과 수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와 함께 유통 구조 자체를 차단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텔레그램 등 해외 기반 플랫폼을 통한 거래 차단, 금융 흐름 추적 강화, 체육시설 등 특정 수요층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은 의약품 관리 체계가 디지털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불법 판매를 넘어 조직화·비대면화된 유통 구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규제와 수사의 방식 역시 한층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