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정부경 기자] 수주 호황으로 되살아난 조선업이 '겉만 성장'에 그칠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갈림길에 서 있다. 특히 원청과 협력업체 간 임금·근로조건 격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조선업 르네상스'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가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3월 26일 오후 경남 거제에 위치한 한화오션 사업장을 방문해 약 30분간 작업환경과 안전관리 실태를 살피고, 원·하청 노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조선업 회복세를 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현장 의견 수렴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부는 조선업이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한 지금이야말로 '상생 구조'를 정착시킬 적기라고 보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숙련 인력 확보 없이는 산업 경쟁력도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청년 외면하는 산업 구조… "좋은 일자리로 바꿔야 지속 가능"
현장 간담회에서는 △원·하청 간 공정한 거래 질서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청년층 유입 확대 △숙련 인력 양성과 고용 안정 방안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데 공감했다.
실제로 조선업은 최근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유입이 제한적이다. 고강도 노동,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불안정한 고용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협력업체 노동자의 경우 원청 대비 임금과 복지 수준에서 격차가 커 산업 전반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반복된다"며 "임금과 안전, 고용 안정이 동시에 개선되지 않으면 청년층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청 중심의 수익 구조를 협력업체와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상생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역시 "숙련 인력 이탈이 계속되면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상생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국비 104억 원 규모의 '조선업 상생협력 패키지'를 신설했다. 해당 사업은 지방정부와 원·하청이 공동으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협력업체 신규·재직자 공제사업, 채용장려금 지원, 임금·복지 격차 완화, 정주여건 개선, 산업안전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부산에 해양산업 특화 고용센터를 새롭게 지정하고, 원청과 지역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훈련센터를 통해 숙련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기 인력 수급을 넘어 중장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 조성으로 해석된다.
김영훈 장관은 현장에서 "원·하청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조선업 재도약의 핵심"이라며 "현장의 자발적 상생 노력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업을 '청년이 찾는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방향이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속도'와 '강제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도 도입 자체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 특히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과 안전 수준 개선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의 부활이 단순한 수주 실적 회복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중심에 원·하청 상생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