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규제 '정밀화'…GMP 법제화·희소기기 완화, 산업 판도 바뀌나

  • 등록 2026.04.06 16: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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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 기준 법적 격상…심사 절차·기관 관리 체계 전면 정비
희귀질환 기기 규제 완화…"접근성 개선" vs "안전성 관리 과제"

[어게인뉴스=김혜경 기자] 정부가 의료기기 품질관리 기준을 법제화하고 희귀질환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서면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안전성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규제 완화와 관리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의료기기 품질관리(GMP) 적합성 인정 제도의 법적 근거를 반영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행정규칙 형태로 운영되던 기준을 법령 체계로 상향해 제도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제조 및 품질관리 심사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심사 절차와 인력 요건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품질관리 심사기관의 지정과 갱신 절차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관리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의료기기 허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문서 심사기관에 대해서도 관리 기준이 강화된다. 지정 유효기간과 갱신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 심사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산업 경쟁력 "규제 수준 아닌 규제 설계 방식에"

 

이번 제도 개편에서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희소의료기기 규제 완화다. 환자 수가 적어 임상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시판 후 조사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료기기 정책 전문가는 "희소의료기기는 시장 규모가 작아 기업 입장에서 개발 부담이 큰 분야"라며 "규제 부담을 줄이면 공급이 확대되고 환자 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시판 후 조사 비용과 기간이 부담으로 작용해 제품 도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완화 조치가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전성 확보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시판 후 조사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확인하는 중요한 장치"라며 "면제 범위를 확대하는 만큼 사전 심사와 사후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규제 체계를 '합리적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품질관리 기준은 강화하되, 산업 발전과 환자 접근성 확대를 저해하는 요소는 개선하는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이 규제 수준이 아닌 '규제 설계 방식'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산업정책 연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제의 엄격성보다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이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번 개편이 산업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규제의 정밀화가 산업 발전과 환자 안전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혜경 기자 hahaha22@aga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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